2008년 3월 9일 일요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잔혹한 시대의 잔혹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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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에서 사냥을 하던 주인공 모스는 살육의 현장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고, 그 현장에서 200만 달러의 돈가방을 얻게된다. 물을 찾으며 죽어가는 부상자 대신 200만 달러의 돈가방을 선택한 모스.
그는 그후 죄책감에 물통을 들고 다시 현장을 찾아가지만 그 현장에서 죽음의 위협을 받게 되고, 마약 판매상이 고용한 안톤 쉬거라는 싸이코 킬러로 부터 추격을 당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쟝르영화의 공식을 따르지만 쟝르영화의 공식에서 자유로운 영화 이기도 하다.
쫓고 쫓기는 기본적인 골격이 쟝르영화의 틀에 얽매여 있다면, 곳곳에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무섭지만 유머스럽기 까지 한 싸이코 킬러 [안톤 쉬거]의 요상스런 행동과 얼굴은 이 영화가 스릴러에만 충실한 영화가 아님을 보여준다.
역시 코엔 형제라는 감탄이 나오는 것은 적막과 고요뒤에 이어지는 긴박하고 급박한 전개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자동차를 피해 달아나는 [모스]의 도망 씬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총격전에서 부상을 당한 모스가 미국 국경을 너머 멕시코로 도망가는 도중 만난 청소년과의 씬에서도 보석과 같이 빛난다.
옆구리 부분에 피가 흥건한 상태로 도로 가를 걷고 있는 모스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세명의 청소년들에게 모스는 그들중 한명의 점퍼를 많은 금액을 요구하며 팔것을 요구하는데 그들은 선뜻 점퍼를 판다. 그리고 나서 마시고 있던 맥주 한병도 달라고 요구하자 청소년들은 "얼마를 줄건데요"라고 되묻는다. 이 장면에서 코엔 형제식의 반짝이는 블랙유머가 삽입되는 것이다.
관객들은 자뭇 비장하고 심각한 주인공의 상황에 몰두해 있다가, 갑작스런 그런 우스꽝 스러운 장면을 만나면서 풋! 하고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그 후에 다시 씁쓸한 맘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 세상이 그렇지... 각박하고 삭막하단 말야..." 이렇게 말이다.
이런 장면들은 영화 곳곳에서 돌발적으로 튀어 나온다. 그게 바로 코엔형제 영화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영화 파고에서의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시체를 곡물써는 기계에 우겨 넣는 장면처럼 잔혹하지만 웃긴 장면들이 영화 곳곳에서 펼쳐지는 것은 코엔 형제 영화의 독특함이다.
싸이코 페스 [안톤 쉬거]와 도망자 [르웰린 모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의 결말은 평범하지 않다. 주인공 격인 [르웰린]의 뜬금없는 죽음과 정의의 이름으로의 응징이 아닌 [쉬거]의 우연한 사고 역시 그렇다.
세상은 정의롭지 못하고, 공평하지도 못하고, 권선징악의 논리는 없다는 살벌함을 코엔형제는 영화를 통해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평안을 위해 불의함을 목격하고도 그 사건에서 한발 빠져 있었던 보안관 [에드]의 일상은 얼마나 평화로왔던가?
그런의미에서 극장에 있던 대다수 사람들이 "뭐야 이건!"이라고 말했던 그 마지막 씬은 가장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라스트 씬 이었다고 말할수 있을 것이다.

댓글 2개:

  1. 그 한 발 빠져있음, 저는 그게 참 비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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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rborday - 2008/03/09 14:38
    비겁한 자라야 평화로울 수 있는 그런나라 그게 잘못된건데... 우리는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보안관 [에드]의 모습이야 말로 현 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의 모습 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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